대회 주제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의 전 지구적 실현을 희망한다면 우리는 이제 그간 우리가 너무 많이 말해왔던 기본소득의 바람직성을 단순 반복해서는 안 된다. 대신 온몸으로, 온몸으로 ‘현실 속의 기본소득’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곳이 아닌 저곳에서나 가능한 정책으로 여겨졌던 기본소득이 최근 10여 년 사이에 전 지구가 안고 있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혹은 유일한 대안으로 가파르게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기본소득의 바람직성을 멈춤 없이 전파해온 세계 기본소득 운동의 성과일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요인은 파국을 떠올릴 정도의 전 지구적 위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COVID19 팬데믹이라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재앙적 사태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원리가 지구 전체를 파멸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이러한 생태위기 앞에서 전통적 복지국가 정책은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을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백척간두의 위기 앞에서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는 어쩔 수 없이 신자유주의적 경제 원리를 넘어설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서둘러 실험해야 했고 기본소득은 그렇게 미래에서 날아와 순식간에 우리 곁에 도래했다.
그러나 임박한 파국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교활하고, 교활한 인간들이 빚어내는 현실은 변함없이 부조리하다. 그 탓에 지난 십여 년 사이 우리는 다양한 기본소득 실험과 파일럿, 부분적인 제도적 실시, 정치적 진전을 목격할 수 있었지만 그 시도들이 우리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그것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때론 현실적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변주되고 변형되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변태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저 창공에 떠 있을 때 가졌던 기본소득에 대한 기대가 현실로 내려오면서 그 빛을 잃는 우울한 상황이 벌어진 곳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 우리는 그간 충분히 말하지 않았던 ‘현실 속의 기본소득’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할 바로 그 변곡점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유토피아 원리로서의 기본소득이 현실로 내려왔을 때 어떠한 제도적 형태로 구현되는지, 어떠한 정치적 역동이 전개되는지, 어떠한 대안적 성과들을 얻어내는지를 엄밀하게 따져보는 것이다. 동시에 다양한 제도적 실험 속에서 어떤 실험이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의 전 지구적 실현이라는 목적지로 우리 모두를 이끌 잠재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준별하는 일도 절박하다.
우리가 2023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BIEN Congress)의 주제를 ‘현실 속의 기본소득(Basic Income in Reality)’으로 설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 속의 기본소득’에 대한 면밀한 중간 점검이야말로 곧 유토피아적 기본소득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여러 걸림돌들을 직시하자는 경고(warning horn)이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자는 요청(clarion call)이고, 현실적인 걸림돌들을 넘고 또 넘어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하자는 다짐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여러 곡절이 있었지만 여전히 한국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할 첫 번째 나라이자 전 지구적 기본소득의 발원지’가 되고자 하는 열의가 끓어 넘치는 곳이다. 기본소득의 열기로 뜨거운 이곳에 기본소득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모든 분들을 초대한다.
소주제
다음은 ‘현실속의 기본소득’이라는 대회 주제 하에 다루어질 소주제들이다.
1) 현실 속의 기본소득
2) 현실에서 기본소득 프레이밍하기
3) 기본소득, 커먼즈, 커머닝
4) 기본소득과 기후 정의
5) 기본소득과 젠더
6) 기본소득과 디지털/플랫폼 자본주의
7) 기본소득과 빈곤 및 불평등
8) 기본소득과 건강
9) 기본소득의 경제학
10) 기본소득의 정치학
11) 기본소득 운동
12) 기본소득과 예술
13) 기타